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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날

봄시 5월 제목 시 모음(5월/5월의 어느날/5월의 아침/5월의 풍경/5월을 맞으며)

by 쉼4S 2023. 5. 2.

봄의 절정 5월을 맞아 '5월'이 제목에 들어간 시 5편을 골라보았습니다. 

* 5월 - 오세영 / 5월의 어느날 - 목필균 / 5월의 아침 - 나태주 /  5월의 풍경 - 임재화 / 5월을 맞으며 - 서정윤 

 

 

 

 

봄시 5월 제목 시 모음

 

5월 - 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5월의 어느날 - 목필균

 

산다는 것이

어디 맘만 같으랴

 

바람에 흩어졌던 그리움

산딸나무 꽃처럼

하얗게 내려앉았는데

 

오월 익어가는 어디쯤

너와 함께 했던 날들

책갈피에 접혀져 있겟지

 

만나도 할 말이야 없겠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 같은 

네 이름 석 자

햇살처럼 눈부신 달입니다

 

 

 

 

5월의 아침 - 나태주

 

가지마다 돋아난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으려면

눈썹이 파랗게 물들 것만 같네요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려면

금세 나의 가슴도 

바다같이 호수같이

열릴 것만 같네요

 

돌덤불 사이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듣고 있으려면

내 마음도 병아리떼같이

종알종알 노래할 것 같네요

 

봄비 맞고 새로 나온 나뭇잎을 만져보면

손끝에라도 금시

예쁜 나뭇잎이 하나

새파랗게 돋아날 것만 같네요

 

5월의 풍경 - 임재화

 

푸른 잎사귀 사이에 꼭꼭 숨어서

싱그런 오월의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빨간 장미꽃 한 송이 수줍어하고 있네요.

 

신록이 짙푸른 숲 속에서 

새들은 저마다 노래 부르고

밝은 태양은 너무나 눈이 부십니다.

 

저만치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결에

꽃향기 은은하게 풍겨오는데

새 한 마리 포로 날갯짓하며 날아갑니다

 

 

은방울꽃
봄시 5월 제목 시 모음

 

5월을 맞으며 - 서정윤

 

소리가 

키 작은 소리가 밀리어 가다가

어둠이 불어오는 

보릿단 위에 엉기어 있다

비가 내린다

습기찬

내 생활의 구석 자리에

눈물의 홀씨들이 모여

저들끼리의 사랑과

고통의 거미줄을 짜고

무엇으로든 비가 내린다

 

어느새 우리는

우리들이 있던 곳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왔다

그 먼 길을

소리로서 되돌아가는

푸른색의 정물 화단에

목의 힘으로 하늘을 들어야 하는

키 작은 보리들의 낙서

내 손에 들려 있는

무거운  하늘이 흔들리고

바람은 또 이렇게 불어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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