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번째날

봄의 꽃 제비꽃 제목의 시 모음 (제비꽃 / 제비꽃에 대하여)

by 쉼4S 2023. 3. 27.

흔하지만 고개 숙여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작은 자줏빛 꽃, 제비꽃은 누가 보지 않아도 봄이 되면 발 밑에서 제 존재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봄꽃입니다. '제비꽃'이라는 제목으로 된 시들을 모아봤습니다.  

* 제비꽃- 조병화 / 제비꽃 - 임재화 / 제비꽃- 오태인 /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제비꽃
봄의 꽃 제비꽃 제목의 시 모음

 

 

봄의 꽃 제비꽃 제목의 시 모음

 

 

제비꽃 - 조병화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나 나나

이 세상에선 소유할 것이 하나도 없단다.

소유한다는 것은 이미 구속이며

욕심의 시작일 뿐

부자유스러운 부질없는

인간들의 일이란다.

 

넓은 하늘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소유라는 게 있느냐.

훌훌 지나가는 바람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애착이라는 게 있느냐,

훨훨 떠가는 구름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미련이라는 게 있느냐.

 

다만 서로의 고마운 상봉을 감사하며

다망 서로의 고마운 존재를 축복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인연을

오래오래 끊어지지 않게

기원하며 이 고운 해후를

따뜻이 해 갈 뿐.

 

실로 고마운 것은 이 인간의 타향에서

내가 이렇게 네 곁에 머물며

존재의 신비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짧은 세상에서 이만하면 행복이잖니.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는 인간들이 울며불며 갖는 

고민스러운 소유를 갖지 말아라.

번민스러운 애착을 갖지 말아라.

고통스러운 고민을 갖지 말아라.

하늘이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

대지가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

구름이 늘 너와 같이하고 있지 않니.

 

 

 

 

제비꽃 - 임재화

 

산비탈 양 짓 녘에서

외롭게 피어있는 제비꽃

어느 임의 넋일는지요?

 

어젯밤 봄비 내린 뒤

밤새 울던 눈물 자국에

슬픈 미소 가득합니다.

 

저만치 연약한 제비꽃

조용히 피어있는 모습

너무나 외로워 보여서

 

지나던 어느 길손이

차마 무심한 발걸음을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제비꽃 - 오태인

 

허리를 굽혀야

눈 맞출 수 있는 꽃

 

무릎을 꿇어야

손잡을 수 있는 꽃

 

허리를 굽혀도 

무릎을 꿇어도

 

그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손 한 번 내밀지 않는

 

제비꽃 

같은 아이들

같은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거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 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