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내립니다. 4월에 맞는 봄비, 이 비가 그치면 봄은 절정에 이르겠죠.
'봄비' 라는 제목의 시 6편을 모아봤습니다.
봄비 제목 시 모음 (김소월 노천명 양광모 이수복 이해인 정호승)
봄비 - 김소월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 앉아 우노라
봄비 - 노천명
강에 얼음장 꺼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내 가슴 속 어디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
봄이 온다기에
밤새껏 울어 새일 것은 없으련만
밤을 새워 땅이 꺼지게 통곡함은
이 겨울이 가는 때문이었습니다
한밤을 줄기차게 서러워함은
겨울이 또 하나 가려 함이었습니다
화려한 꽃철을 가져온다지만
이 겨울을 보냄은
견딜 수 없는 비애였기에
한밤을 울어울어 보내는 것입니다
봄비 - 양광모
누가 먼 길을 떠나는가 보다
갓 피어난 꽃잎마저
훌쩍 뛰어내려
젖은 길을 촘촘히 수놓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누가
영원히 떠날 수 없는 사랑을 떠나는가 보다
이 비 그쳐도
그치지 않을 사랑 하나
어느 먼 길을 떠나는가 보다
봄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밭이 짙어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봄비 - 이해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없는 풀 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힌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두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봄비 - 정호승
어느날
썩은 내 가슴을
조금 파보았다
흙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 흙에
꽃씨를 심었다
어느날
꽃씨를 심은 내 가슴이
너무 궁금해서
조금 파보려고 하다가
봄비가 와서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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