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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날

봄비 제목 시 모음 (김소월 노천명 양광모 이수복 이해인 정호승)

by 쉼4S 2023. 4. 6.

오랜만에 비가 내립니다. 4월에 맞는 봄비, 이 비가 그치면 봄은 절정에 이르겠죠. 

'봄비' 라는 제목의 시 6편을 모아봤습니다. 

 

비맞은-풀
봄비 제목 시 모음

 

봄비 제목 시 모음 (김소월 노천명 양광모 이수복 이해인 정호승)

 

봄비 - 김소월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 앉아 우노라

 

봄비 - 노천명

 

강에 얼음장 꺼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내 가슴 속 어디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

 

봄이 온다기에 

밤새껏 울어 새일 것은 없으련만

밤을 새워 땅이 꺼지게 통곡함은

이 겨울이 가는 때문이었습니다

 

한밤을 줄기차게 서러워함은

겨울이 또 하나 가려 함이었습니다

 

화려한 꽃철을 가져온다지만

이 겨울을 보냄은

견딜 수 없는 비애였기에

한밤을 울어울어 보내는 것입니다

 

 

 

 

봄비 - 양광모

 

누가 먼 길을 떠나는가 보다

 

갓 피어난 꽃잎마저

훌쩍 뛰어내려

젖은 길을 촘촘히 수놓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누가

영원히 떠날 수 없는 사랑을 떠나는가 보다

 

이 비 그쳐도

그치지 않을 사랑 하나

어느 먼 길을 떠나는가 보다

 

봄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밭이 짙어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봄비 - 이해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없는 풀 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힌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두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봄비 - 정호승

 

어느날 

썩은 내 가슴을

조금 파보았다

흙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 흙에

꽃씨를 심었다

 

어느날 

꽃씨를 심은 내 가슴이

너무 궁금해서

조금 파보려고 하다가

봄비가 와서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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