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겨울이면 맞이하는 눈, 그중에서도 처음 내리는 첫눈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첫눈'이라는 제목의 시들이 많습니다.
첫눈 시 모음 (나태주 김용택 이해인 강은교 정호승 서정윤 정연복)
첫 눈 - 나태주
요즘 며칠 너 보지 못해
목이 말랐다
어제 밤에도 깜깜한 밤
보고 싶은 마음에
더욱 깜깜한 마음이었다
몇날 며칠 보고 싶어
목이 말랐던 마음
깜깜한 마음이
눈이 되어 내렸다
네 하얀 마음이 나를
감싸 안았다
첫눈 - 이해인
함박눈 내리는 오늘
눈길을 걸어
나의 첫사랑이신 당신께
첫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언 손 비비며
가끔은 미끄러지며
힘들어도
기쁘게 가겠습니다
하늘만 보아도
배고프지 않은
당신의 눈사람으로
눈을 맞으며 가겠습니다
첫눈 - 김용택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첫눈 - 강은교
첫눈이 내린다
흙에 닿으며 흙으로
눈물로 닿으면 눈물로
내리는 족족 녹으며
자꾸 내린다
웬 슬픔들 여기엔 이리도 많은지
동구 밖 넓은 길 훠이훠이 떠돌다가
더는 몸 비빌 곳 없어
찾아오신 넋들
구름 위에서 구름이 부서진다
바람 앞에서 바람이 부서진다
첫눈 - 정호승
너에게는 우연이나
나에게는 숙명이다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는 일이
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나는 네가 흘렸던
분노의 눈물을 잊지 못하고
너는 가장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길 떠나는 나를 내려다본다
또다시 용서해야 할 일과
증오해야 할 일을 위하여
오늘도 기도하는 새의
손등 위에 내린 너
첫눈- 서정윤
보고 싶은 마음보다 먼저
먼저 눈발이 날린다
낙엽 모이던 금호강변 어디
지금쯤 그대는
내 속에 앉는다
키 큰 미루나무 빈 가지에
올해 깬 까치가
자꾸만 설레이고
맨발로 달려오는 소식들
내 마음
먼저 반갑다
그리운 마음 그 어디서
눈발 날려 부른다
첫눈 - 정연복
언제인지는 몰라도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이니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새끼손가락 걸어 약속했던
첫사랑은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세월이 가면
이윽고 꽃이 필 것을 믿듯이
손꼽아 기다리다 보면
마침내 그 날이 올 줄 믿으며
첫눈 내리기를 소망했던
첫사랑은 티없이 순수했다
어서 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어도
목마른 그리움
차곡차곡 가슴에 쌓으며
첫눈을 간절히 기대했던
첫사랑은 힘들어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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