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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날

첫눈 시 모음 (나태주 김용택 이해인 강은교 정호승 서정윤 정연복)

by 쉼4S 2022. 12. 5.

s겨울이면 맞이하는 눈, 그중에서도 처음 내리는 첫눈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첫눈'이라는 제목의 시들이 많습니다. 

 

눈-눈사람
첫눈 시 모음 (나태주 김용택 이해인 강은교 정호승 서정윤 정연복)

 

 

첫눈 시 모음 (나태주 김용택 이해인 강은교 정호승 서정윤 정연복)

 

 

첫 눈 - 나태주

 

요즘 며칠 너 보지 못해 

목이 말랐다

 

어제 밤에도 깜깜한 밤

보고 싶은 마음에

더욱 깜깜한 마음이었다

 

몇날 며칠 보고 싶어

목이 말랐던 마음

깜깜한 마음이

눈이 되어 내렸다

 

네 하얀 마음이 나를 

감싸 안았다

 

 

첫눈 - 이해인

 

함박눈 내리는 오늘

눈길을 걸어

나의 첫사랑이신 당신께

첫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언 손 비비며

가끔은 미끄러지며

힘들어도 

기쁘게 가겠습니다

 

하늘만 보아도 

배고프지 않은

당신의 눈사람으로

눈을 맞으며 가겠습니다

 

 

 

 

 

첫눈 - 김용택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첫눈 - 강은교

 

첫눈이 내린다

흙에 닿으며 흙으로

눈물로 닿으면 눈물로

내리는 족족 녹으며

자꾸 내린다

 

웬 슬픔들 여기엔 이리도 많은지

동구 밖 넓은 길 훠이훠이 떠돌다가

더는 몸 비빌 곳 없어

찾아오신 넋들

 

구름 위에서 구름이 부서진다

바람 앞에서 바람이 부서진다

 

 

첫눈 - 정호승

 

너에게는 우연이나

나에게는 숙명이다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는 일이

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나는 네가 흘렸던 

분노의 눈물을 잊지 못하고

 

너는 가장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길 떠나는 나를 내려다본다

 

또다시 용서해야 할 일과

증오해야 할 일을 위하여

 

오늘도 기도하는 새의 

손등 위에 내린 너

 

 

 

 

첫눈- 서정윤

 

보고 싶은 마음보다 먼저 

먼저 눈발이 날린다

 

낙엽 모이던 금호강변 어디

지금쯤 그대는 

내 속에 앉는다

 

키 큰 미루나무 빈 가지에

올해 깬 까치가

자꾸만 설레이고

맨발로 달려오는 소식들

내 마음

먼저 반갑다

 

그리운 마음 그 어디서

눈발 날려 부른다

 

 

첫눈 - 정연복

 

언제인지는 몰라도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이니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새끼손가락 걸어 약속했던

첫사랑은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세월이 가면

이윽고 꽃이 필 것을 믿듯이

손꼽아 기다리다 보면

마침내 그 날이 올 줄 믿으며

 

첫눈 내리기를 소망했던

첫사랑은 티없이 순수했다

어서 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어도

 

목마른 그리움

차곡차곡 가슴에 쌓으며

첫눈을 간절히 기대했던

첫사랑은 힘들어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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