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번째날

가을 관련 외국시 명시 가을날, 고엽, 마음속의 가을, 날아가는 낙엽

by 쉼4S 2023. 10. 27.

가을과 관련된 외국 시인의 명시 모음입니다. 

 

가을시 외국시 명시 가을날, 고엽, 마음속의 가을, 날아가는 낙엽

 

< 가을날 (Autumn Day)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해 주소서.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굴러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길을 이리저리 소요할 것입니다.

 

 

 

 

< 마음속의 가을 (Autumn Within) - 롱펠로 >

 

가을이다. 바깥이 아니라

내 마음속이 쌀쌀하다

누리에 젋음과 봄이 한창인데,

나만 홀로 늙어버렸다.

 

새들이 허공을 날아다니고, 

쉴 새 없이 노래하며 집을 짓는다.

곳곳에서 생명이 꿈틀대고 있다.

나의 외로운 가슴속을 빼고는

 

거기만 고요하다. 죽은 잎들

떨어져 바스락거리다 잠잠해진다.

보리타작하는 소리도 그치고, 

방앗간의 웅얼대는 소리도 멎었다.

 

 

 

 

< 고엽 (Les Feuilles Mortes) - 자크 프레베르 >

 

기억하라 함께 지낸 행복한 나날을

그때 태양은 훨씬 더 뜨거웠고

인생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모으고 있다

나는 그 나날을 잊을 수 없어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모으고 있다

 

북풍은 모든 추억과 뉘우침을 싣고 갔지만

망각의 춥고 추운 밤 저편으로

나는 그 모든 걸 잊을 수 없었다

네가 불러 준 그 노랫소리

그건 우리 마음 그대로의 노래였고

너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너를 사랑했다

 

우리 둘은 늘 곁에 있었다

그러나 남 몰래 소리 없이

인생은 사랑하는 이들을 갈라 놓는다

그리고 모래 위에 남겨진 연인들의 발자취를

물결은 지우고 만다

 

 

낙엽
가을시 외국시 명시

 

 

< 날아가는 낙엽 (Das treibende Blätter) - 헤르만 헤세 >

 

마른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실려 내 앞을 날아간다.

방랑도 젊음도 그리고 사랑도

알맞은 시기와 종말이 있다.

 

저 잎은 궤도도 없이

바람이 부는 대로 날아만 가서

숲이나 시궁창에서 간신히 멈춘다.

나의 여로는 어디서 끝날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