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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날

추석 한가위 관련 시 모음

by 쉼4S 2023. 9. 20.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민족 대명절인 추석(한가위)과 관련된 시들을 모아봤습니다. 

 

추석 한가위 관련 시 모음

 

 

< 한가위의 오늘 밤 - 박목월 >

 

달을 보며 생각한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한가위의 오늘 밤

달을 보는 어린이들

 

한라산 기슭에도

태백산 골짜기 두메 산골에도

오늘 밤 달을 보는 

어린이 어린이들

 

몇 명이나 될까

헤아릴 순 없지만

오늘 밤 달을 보는

어린이 어린이들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달빛에 빛나는 하얀 이마

달빛에 빛나는 까만 눈동자

 

모르는 그 누구도

달을 보면서

오늘 밤 달을 보는

나를 생각할까

 

모르는 그 누구도

달을 보면서

오늘 밤 달을 보는 내게로 

따뜻한 마음의 손을 내밀까

 

그야 모르지

그야 모르지만 오늘 밤

달을 보는 모든 어린이들이

어쩐지 정답게 느껴진다

 

언제 만날지

어떻게 사귀게 될지

그야 모르지만 오늘 밤

달을 보는 나는 따뜻한 마음의 손을

서로 잡고 있는 것 같다

 

 

 

 

< 불혹의 추석 - 천상병 >

 

침묵은 번갯불 같다며

아는 사람은 떠들지 않고

떠드는 자는 무식이라고

노자께서 말했다

 

그런 말씀의 뜻도 모르고

나는 너무 덤볐고

시끄러웠다

 

혼자의 추석이 

오늘만이 아니건마는

더 쓸쓸한 사유는 

고칠 수 없는 병 때문이다

 

막걸리 한 잔

빈촌 막바지 대폿집

찌그러진 상 위에 놓고

어버이의 제사를 지낸다

다 지내고 복을 하고

나이 사십에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찾아간다

 

 

< 추석 날 아침에 - 황금찬 >

 

고향의 인정이

밤나무의 추억처럼

익어갑니다

 

어머님은 송편을 빚고

가을을 그릇에 담아

이웃과 동네에

꽃잎으로 돌리셨지

 

대추보다 붉은

감나무잎이

어머니의 

추억처럼

허공에 

지고 있다

 

 

 

 

< 한가위 - 김용화 >

 

저 달 한 번 안아 봤으면

좋겠네

 

저 달 한번

안아 보고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 봤으면

좋겠네

 

껄, 껄, 껄-

좋겠네 좋겠네

 

 

< 추석달 - 정희성 >

 

어제는 시래기국에서

달을 건져내며 울었다

밤새 수저로 떠낸 달이

떠내도 떠내도 남아 있다

관한전도 옥토끼도 보이지 않는

수저에 뜬 맹물달

어쩌면 내 생애 같은

국물을 한 숟갈 떠 들고

나는 낯선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보아도 보아도

숟갈을 든 채 잠든

자식의 얼굴에 달은 보이지 않고

빈 사발에 한 그릇

달이 지고 있다 

 

 

산위에-뜬 달
추석 한가위 관련 시 모음

 

 

< 송편 - 최병엽 >

 

보송보송한 쌀가루로

하얀 달을 빚는다

한가위 보름달을 빚는다

 

풍년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하늘신께 땅신께

고수레

고수레-하고

 

햇솔잎에 자르르 쪄낸

달을 먹는다

 

쫄깃쫄깃한

하얀

보름달을 먹는다

 

 

< 올 추석 - 임영준 >

 

풍성한 한가위라더니

망설이다

천신만고 다다른

동네 어귀

늘 반기던 친구들이

몇몇 보이지않네

 

쥐불놀이 달맞이

막걸리에 윷놀이

올 추석은 아예

접어야겠네

두집 건너 하나씩

빈집도 늘었다네

 

그래도 아직

저잘난 잡새들은

살만하다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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