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는 시 <홀로서기>의 한 구절입니다.
<홀로서기>를 쓴 서정윤 시인의 시 3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서정윤 시모음 나의 9월은 / 사랑한다는 말은 / 노을
나의 9월은
나무들의 하늘이, 하늘로
하늘로만 뻗어가고
반백의 노을을 보며
나의 9월은
하늘 가슴 깊숙이
짙은 사랑을 갈무리한다
서두르지 않는 한결같은 걸음으로
아직 지쳐 쓰러지지 못하는 9월은
이제는 잊으며 살아야 할 때
자신의 뒷모습을 정리하며
오랜 바램 알알이 영글어
뒤돌아보아도 보기 좋은 계절까지
내 영혼은 어떤 모습으로 영그나?
순간 변하는
조화롭지 못한 얼굴이지만
하늘 열매를 달고
보듬으며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은
기다린다는 말인 줄 알았다
가장 절망적일때 떠오른 얼굴
그 기다림으로 하여
살아갈 용기를 얻었었다
기다릴 수 없으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줄 알았다
아무리 멀리 떠나 있어도
마음은 늘 그대 곁에 있는데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살았다
그대도 세월을 살아가는 한 방황자인걸
내 슬픔 속에서 알았다
스스로 와 부딪치는 삶의 무게에
그렇게 고통스러워한 줄도 모른 채
나는 그대를 무지개로 그려두었다
사랑하다는 말을 하고
떠나갈 수 있음을 이제야 알았다
나로 인해 그대 고통들이 아프다
더 이상 깨어질 아무것도 없을 때
나는 그래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돌아설 수 있었다
노을
누군가 삶을 마감하는가 보다
하늘에는 붉은 꽃이 가득하다
열심히 살다가
마지막을 불태우는 목숨
흰 날개의 천사가
손잡고 올라가는 영혼이 있나 보다
유난히 찬란한 노을이다.
서정윤 (1957. 8. 19~)
경상북도 대구 출생 시인. 영남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전 영신중학교 국어교사.
1984년 현대문학에 '서녘바다', '성' 등을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작품으로 시집 '홀로서기', ' 따옴표 속에', '슬픈사랑' 등이 있고 수필집 '내가 만난 어린 왕자', '홀로 이룰 수 없는 사랑' 등이 있다. 제26회 금복문화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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