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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날

박노해 시인 겨울 시 모음 겨울 사랑, 그 겨울의 시, 겨울 수선화, 겨울 속으로

by 쉼4S 2024. 11. 25.

박노해 시인의 겨울과 관련된 시들 모음입니다. 

 

* 박노해 *

시인이자 노동운동가, 사진작가인 박노해는 1957년 전라남도 함평 출생으로 1983년 시와 경제에 '시다의 꿈'으로 등단하였다. 1988년 제1회 노동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2년 시인클럽 포에트리 인터내셔널 로테르담재단 인권상을 수상하였다. 

<너의 하늘을 보아>,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노동의 새벽> 등의 시집을 출간하였다. 

 

 

박노해 시인 겨울 시 모음

 

 

< 겨울 사랑 >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 그 겨울의 시 >

 

문풍지 우는 겨울 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 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 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 흘리다가

눈 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 겨울 수선화 >

 

눈 내리는 날 그녀가 보내준

겨울꽃 한 송이

 

성에 낀 창가에 

고개 숙인 수선화

 

수선화처럼 고개 숙여

눈 속의 나를 돌아보다

수선화처럼 고개 숙여

봄이 오는 눈길을 바라보네

 

 

눈-내리는-겨울
겨울 풍경

 

 

 

< 겨울 속으로 >

 

눈 푸른 한 사람이

가을 산을 달리네

 

가슴에 봄불 안고

겨울 속으로 달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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